야단법석과 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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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야단법석과 괘불

야단법석과 괘불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모습을 일컫는 야단법석은 원래 사찰 법당 밖에 단을 만들어 설법을 펴는 것을 의미하는 불교용어다.

원래의 뜻으로 보면 야단법석의 주인공은 단연 부처님, 즉 괘불이다.

괘불은 야외 법회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어느 자리에서나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기에 전각 안에 봉안된 불화와는 달리 규모가 상당하다.

5~8m, 높이 12~14m로 아파트 4층에 육박하는 크기에, 무게가 100~180에 달하니 슈퍼사이즈의 회화다.

평소에는 함에 넣어서 고이 보관하다가 특별한 야외법회를 열 때에 비로소 만날 수 있다.

특별한 법회나 의식을 할 때 괘도처럼 만들어 걸어두는 대형 불화를 괘불(掛佛)이라 한다.

괘불이란 말 속에는 걸개를 마련하여 매단 부처라는 뜻이 있으므로 고유어라기보다는 일반어이다.

괘불은 대체로 불보살만을 그려넣는 경우가 많으나, 본래는 법회의 성격에 맞는 그림을 그려넣는 것이 원칙이다.

즉 영산재를 올릴 때는 영산회상도를, 예수재나 수륙재를 올릴 때는 지장회상도나 명부시왕도를 내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오늘 날에는 법회의 성격에 맞는 괘불을 거는 예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괘불을 내걸고 의식을 올리는 일을 괘불재라 하는데 여기에는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민속적인 의미가 더 강한 편이다.

즉 괘불재보다는 괘불 자체를 신비롭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괘불재를 예로부터 있어온 제천 행사나 마을 공동체 행사와 다르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괘불을 걸고 춤과 음악이 한데 어울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오늘날의 괘불재는 많이 간소화되었으나, 30여 년 전만 해도 주야로 범패 소리와 의식무용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괘불은 불교회화 연구자료로써는 물론 조선후기 민중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전통시대에 사용된 안료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 자료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도 각별한 문화재다.

그런데 큰 덩치와 종이, 섬유 등 재료적 특성 때문에 각종 재해와 훼손에 노출되기 쉽다는 큰 약점을 갖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조선후기의 괘불 117점을 대상으로 작년부터 정밀조사를 진행해 온 이유이다.

2019년까지 사용된 안료와 재료를 분석하고, 화기(畵記) 등을 연구하여 괘불의 숨겨진 가치를 전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적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인 접근 말고도 괘불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영산재, 수륙재, 천도재, 기우제 등 불교행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수많은 괘불이 불교의식의 간소화와 소멸로 인해 함 속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문화재는 박제되어 있을 때보다 현장에서 본래의 용도로 쓰일 때 빛이 나는 법이다.

괘불의 큰 규모도 누구나 법회에서 부처님을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괘불의 소임은 야단법석의 현장에서 신앙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불교의식의 전승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비단 괘불만이 아니다.

문화재의 수명연장은 첨단 과학기술과 본질적 가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이 결합했을 때 가능하다.

문화재가 지닌 유형적 요소와 무형적 요소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괘불과 비슷한 발음인 괴불이란 것도 있다.

어린이들이 주머니 끈 끝에 차는 노리개인데 비단 조각을 이용하여 삼각모양을 겹으로 만들고 솜을 탄탄히 넣은 다음 둘레를 색실로 휘갑쳐서 만든다.

이 때에 작은 고리를 만들어서 삼각이 된 위의 변에 끼워둔다.

그리고 양쪽 다리 끝부분에는 풀솜에 물감을 들여서 만든 술을 달아서 귀여움을 강조한다.

괴불에 수를 놓아 더욱 정성스럽게 만드는 경우에는 솜을 두기 전에 천에다 먼저 수를 놓은 다음에 만든다.

이와 같이 만든 괴불은 어린이의 노리개 이외에 귀주머니, 염낭주머니 끈에 여러 개를 소담하게 끼워서 사용하기도 하고, 액자의 밑받침에도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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